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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정치

블랙리스트 지시한 김기춘 7년, 조윤선 6년 구형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작성·실행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이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3일 열린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실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구형이란, 당해 사실에 타당한 구체적 형벌의 종류 및 분량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는 데 그치며, 법원에 대하여 아무런 구속력도 가지지 않는다. 통상 검사의 구형에 비해 법원의 판결은 형량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앞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이 법정에서 자신을 '망한 왕조의 도승지'로 비유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작성·실행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재의 상황은 자신이 잘못한 게 아니라, 정권 교체에 따른 결과라는 취지다. 김기춘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김기춘의 말대로라면, 오히려 그 썩어빠진 왕조가 오래갔기 때문에 천수를 누린 셈은 아닐까? 그리고 정치적으로 보복을 당하는 것이었다면,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당했어야 맞는 셈이다. 참고로, 그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시 검사역할을 맡았었다.

재판에서 김기춘 전 실장은 "과거에는 망한 왕조의 도승지를 했다면 사약을 받았으니 백 번 죽어도 마땅하다"며 "특검이 '재판을 할 것도 없이 사약을 받으라'고 독배를 들이밀면 제가 깨끗이 마시고 이걸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사약보다는 싼 댓가를 치르게 되었으니, 김기춘은 박근혜 여왕님께 감사를 해야겠다.

함께 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에게는 징역 6년이 구형됐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57)과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51)도 각각 6년과 3년을 구형받았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의 건강 문제와 관련해 "스텐트라는 금속그물망이 제 심장에 8개 꽂혀 있어 상당히 위중하다"며 "매일 자기 전에 '오늘 하루도 살아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고 잔다, 매일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한다"며 울먹였다. 이어 "심장이 언제 정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지낸다, 옥사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죽었으면 하는 소망"이라며 재판부의 선처를 요청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특검 측의 신문에선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반면 같은 혐의로 이날 같은 법정에 나온 김소영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문화체육비서관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당시 자신이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을 수석비서관을 통해 전달받아 문체부로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나 메일을 통해 지시사항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이 자신에게 '블랙리스트' 업무지시를 했다는 얘기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특검팀은  "문화예술인의 생계와 직결되는 생계형 보조금까지 모든 보조금을 무조건 배제했고 그 규모는 1만명 남짓"이라며 "합법적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이유를 철저히 함구해 이의제기를 사전에 봉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김기춘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특검은 그가 2013년 9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고 발언한 이후 지원 배제 명단 작성에 나섰다고 본다.

 

이후 김기춘 전 실장은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정부에 비판적 활동을 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윤선 전 장관은 2014년 6월 청와대에 입성한 뒤 문예기금 지원배제 등 블랙리스트 대상자를 선별해 교문수석실에 통보하고 문체부에 하달하는 등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특정인에 대한 지원 배제 명단은 김 전 수석과 김 전 비서관을 거쳐 문체부에 전달됐고, 결국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은 정부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김기춘 전 실장 등이 이렇게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배경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지시가 있었다고 본다. 박 전 대통령도 본인의 공판에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