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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사회

혼술남녀 pd 사망, 무엇이 이한빛 pd를 죽음으로 몰았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혼술남녀 pd였던 고 이한빛PD는, 종방 이튿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드라마처럼 따뜻한 제작환경을 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유족들은 제작진의 괴롭힘과 폭력적인 업무 환경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꾸는 환상, 상사에게 멋지게 한방 크게 날리고,유유히 떠나가는 꿈, 그런데 그런 일이 주위에서 벌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처럼 경제성장이 정체된 현상황에서, 회사를 떠나 창업을 통해 대박을 꿈꾸기 보다는, 그냥 현재 있는 직장에서 숨죽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무강도는 점점 높아지기 마련이다. 회사는 정규직을 더 채용해 일을 나누어 가지기 보다는, 원가 절감을 위해 적은 정규직인원으로 꾸려나가고, 비정규직을 늘려서 운영하려고 한다. 당연히 정규직은 정규직대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지 못한채 퍼지게 되고,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대로 급여 및 기타 처우에 대한 불만이 커져,점차 양극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혼술남녀 PD 사망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씨제이 이앤엠(CJ E&M)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로 일하다 고된 노동환경과 폭력적인 사내 분위기로 끝내 스스로 죽음을 택하였다. 평범한 한 직장인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건 도대체 누구였을까? 혼술남녀 pd 사망에 대한 해답을 담은 이한빛 pd 동생 이한솔씨의 의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혼술남녀 pd 동생 이한솔씨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즐거움의 ‘끝’이 없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대기업 CJ, 그들이 사원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씨는 이 글에서 형이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과도한 모욕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며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살고 싶었던 혼술남녀 이한빛 피디는 드라마 현장이 본연의 목적처럼 사람에게 따뜻하길 바라며,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촬영 내내 고된 노동은 물론, <혼술남녀> 제작팀은 작품의 완성도가 낮다는 이유로 첫 방송 직전 계약직 다수를 정리해고 했고, 이로 인해 촬영 기간이 짧아져 70분짜리 드라마 2편을 1주일 동안 생방송 하다시피 찍었다는 것이 고인의 동생 이한솔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형의 생사가 확인되기 직전, 회사 선임은 부모님을 찾아와서, 이한빛 PD의 근무가 얼마나 불성실했는지를 무려 한 시간에 걸쳐 주장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고인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회사 직원에게 사과했고, 몇 시간 뒤 고인의 죽음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CJ라는 기업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두 번이나 박았다”고 했다. 이씨는 “형이 남긴 녹음파일, 카톡 대화 내용에는 수시로 가해지는 욕과 비난이 가득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선임이라는 자는 회사에서 얼마나 촉망받는 인재인지는 모르겠으나, 혼술남녀 pd 사망에 가장 큰 책임이 있어 보인다. 성인이면 성인답게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굳이 그러한 사실을 부모님께 알려야 했을까?

 

이씨는 고인의 죽음 두 달이 지나 회사로부터 서면 조사 결과를 받았지만, 여기에는 “학대나 모욕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됨”이라고 쓰여 있었고, 회사 쪽은 문제가 있었다면 고인의 ‘근태 불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고 밝혔다. 당연히 회사야 그러한 일이 설사 있었다고 하더라도 강력부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혼술남녀 pd 사망에 대하여 회사와의 협조를 통한 진상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한 뒤 직접 발품을 팔아 <혼술남녀> 제작과정에 참여했던 개개인을 찾아다녔다는 이씨는 “다행히도 몇몇 사람들은 죽음을 위로하고자 증언에 참여해줬다”며 “특정 시점 이후, 이한빛 피디는 딜리버리 촬영준비, 영수증정리, 현장준비 등 팀이 사라질 경우 그 업무를 모두 일임하는 구조에서 일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미루어 보아, 고인이 업무처리나 능력에서 상사의 눈에 차지 않자, 도와주기는 커녕 모든 일을 한사람에게 맡김으로써 고인의 부담감을 가중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일종의 신종 왕따인 것이다.  

이한솔씨는 “한류 열풍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수출액에서 드라마는 8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면서도, “찬란한 영광 속에, 다수의 비정규직 그리고 정규직을 향한 착취가 용인되며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어 “가장 약하고 말단인 사람들(특히 청년들)의 희생과 상처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형의 죽음이 낱낱이 드러냈다”며 “그렇기에 이제는 더더욱 진실을 찾고, 부조리한 구조가 나아질 수 있도록 지치지 않고 목소리를 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혼술남녀 pd 사망소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인의 죽음에 대해서 애통의 뜻을 전하며, CJ E&M은 이번일을 교훈삼아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재발방지 대책을 반드시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죽은 후에 이런 대책이 생긴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아무리 사는 게 뭐 같고 방송국의 위계질서가 군대의 상하관계보다 더 한다고는 하지만, 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어야 했을까?  

 

물론 한두살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부모님을 찾아가서 근무태도에 대해 지탄한 선배 PD 새퀴라는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 선배 pd또한 혼술남녀 pd 사망에 대하여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직장문화나 상사에 대해 대해 투쟁할 것이 아니라면, 차리라 맞지않는 옷을 벗어버리는 것 어땠을까? 자신이 있고싶어하는 곳의 문화를 바꿀수 없다면, 이직이라는 방법을 택하여 그곳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갔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절대 고인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힘들었으리라는 것도 직장생활을 해본만큼 잘 안다. 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그 방법만큼은 택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그를 괴롭힌 직장상사가 변할 것 같은가? 절대 아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조카튼 직장 환경속에서도 징글징글하게 살아남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쟤는 하는데 년 왜 못하냐, 그러니 넌 능력부족이다, 심심미약이다라는 식으로 폄하되기 일쑤이다. 그것이 바로 냉혹한 직장인의 세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