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어제(12일) 국정감사에서 소설가 한강의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 대해 한 말이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예를 들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병세 장관이 다시 돌아온 줄 알았다"며 이렇게 썼다.
공직자도 아닌 작가가 미국신문에 기고한 글조차도 '미국 나으리들'의 비위를 거스를까 그렇게 걱정이 되시나요? 아니면 송영무 장관처럼 조중동과 자유당의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무엇을 따지고 들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라고 기분을 맞춰주기로 하신 건가요? -김홍걸 페이스북(10월 12일)
그러나 김홍걸 위원장의 주장은 강경화 장관의 발언을 정확하게 보도하지 못한 기사를 오독한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장관은 또 이 의원의 “청와대가 한강씨의 NYT 기고문을 페이스북에 게재한 것이 외교 안보상 중대한 현시점에서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저와 협의했더라면 올리지 말라고 조언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잘못 읽으면 마치 강경화 장관이 '(한강 작가가) 저와 협의했더라면 (뉴욕타임스에) 올리지 말라고 조언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처럼 읽히는 게 문제다. 그러나 당시의 영상을 살펴보면 이태규 의원의 질의와 강 장관의 답변은 당연히 다른 맥락이다.
이태규 의원 : 한반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 한강 씨의 마음은 알겠지만, 한국전쟁에 대한 그의 인식은 명백하게 잘못되어 있고, 한국정부나 국제 사회의 보편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글을 청와대가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에 올려놓는 것이 한미 관계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강경화 장관 : 그 글은 저도 읽어봤습니다만, 물론 작가로서의 개인적인 생각이 있을 수 있고, 다만 그 표현에 있어서나 역사적인 인식에서는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태규 의원 : 아뇨. 그분의 문제가 아니고요. 그런 글을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에 올려놓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미공조를 강화해야 할 이 시점에서 외교에 도움이 되느냐 이런 장관님의 의견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강경화 장관 : 저와 협의를 했더라면 올리지 말라고 조언을 했을 것 같습니다.
둘의 대화를 살펴보면 강경화 장관은 한강 작가의 글이 미국 신문에 실린 사실이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것을 우려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강경화 장관의 의견은, 한강 작가가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글이 표현과 역사 인식에서 조금 문제가 있지만, 작가로서의 개인적인 생각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장관은 청와대가 공식 페이스북에 한강 작가의 글을 올리는 것을 자신과 협의했더라면 올리지 말라고 조언했을 것이라고 덧붙인 것이다.
외교부는 이런 논란이 벌어지자 “6·25를 강대국의 대리전이라고 했던 한강 작가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사실 한강작가의 말이 틀린 건 아니라고 본다. 미국의 애치슨 선언은 왜 있었던 것인가? 그것은 소련의 전쟁야욕을 일깨우기에 충분했고, 미국은 전쟁을 일으켜 자국의 군수산업을 일으켜 보려고 하는 의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이런 말을 할 필요는 전혀 없을 것이다.
앞서 한강은 NYT에 기고한 '미국이 전쟁을 이야기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란 글에서 우리에겐 평화가 아닌 어떤 해법도 의미가 없다며 한국전쟁은 이웃의 강대국들이 한반도에서 수행한 대리전쟁이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개인적인 견해는 차치하고, 외교부 장관으로서 '대리전쟁'이라는 표현에 동의하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최병천 전 국회의원 보좌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리전쟁의 개념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주체’(=가해자)는 소련-중국과 미국이 되고, ‘객체’(=피해자)는 남한과 북한이 된다"며 이렇게 해석하면 "미국은 한국(=남한)을 도와준 집단이 아니라 가해한 집단이 되고, 북한은 남침을 일으킨 가해=책임 주체가 아니라 '희생자=피해자'가 되어버린다"고 밝혔다.
한국전쟁의 대리전이었든 아니었든 그 논란을 떠나서, 한 가지만 기억해 두면 될 것이다. 세상에 손해를 보면서 호혜적인 입장에서 약소국을 대하는 강대국은 없다. 오직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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