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2019년을 건국 100주년으로 표현현데 이어, 경북 안동에 위치한 임청각을 언급해 화제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임청각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전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라며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하였다.
일제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그 집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았다. 아흔 아홉 칸 대저택이었던 임청각은 지금도 반 토막이 난 모습 그대로다. 이상룡 선생의 손자, 손녀는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청각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분단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임청각 등 독립운동 유적지 발굴 의지를 다졌다.
경북 안동시 법흥동 법흥교 옆에 위치한 임청각은 보물 182호로, 조선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원(1368~1429)의 여섯째 아들인 영산현감 이증공이 이곳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자리를 잡음으로써 입향조(어떤 마을에 맨 처음 들어와 터를 잡은 사람 또는 조상)가 됐고, 형조좌랑을 역임한 이증공의 셋째 아들 이명이 1519년 건축한 조선 중기 별당형 정자다.
임청각은 영남산 기슭 비탈진 경사면을 이용해 계단식으로 기단을 쌓고 살림채와 사당, 별당(군자정) 등 99칸의 전통 복합주택 형식으로 지어졌다. 살림채는 안채와 중채, 사랑채와 행랑채로 구분된다.
'임청각'이라는 이름은 중국 동진시대 대표적 은거시인인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귀거래사 구절 중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기도 하노라는 시구에서 '임(臨)'자와 '청(淸)'자를 선택하여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대청에 걸려있는 현판은 퇴계 이황 선생 친필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조선중기의 문신인 농암 이현보, 제봉 고경명, 백사 윤훤, 송강 조사수의 친필로 된 현판이 걸려 있다. 임청각은 특히 대한민국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1858∼1932) 선생의 생가로, 석주 선생을 비롯해 두 동생과 아들(동구 이준형), 손자(소파 이병화), 조카 등 독립운동가 9명을 배출한 고성 이씨 가문의 '종택'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석주선생과 동구, 소파 3대가 모두 독립운동가로 서훈을 받았다.
석주 선생은 누구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경제적 풍요와 종손으로서의 권위를 보장받은 사람이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일제의 국권침탈에 대항해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실천적 지성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 의병투쟁과 애국계몽운동을 이끌어었지만 그 방식으로는 도저히 일제를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경술국치 이듬해인 1911년1월 식솔들을 이끌고 임청각을 떠나 기약없는 만주 망명길에 올라 독립운동에 여생을 바쳤다.
석주 선생이 임청각을 떠날 당시 "공자와 맹자는 시렁 위에 얹어 두고 나라를 되찾은 뒤에 읽어도 늦지 않다"고 언급한 것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망명길에 오른 2년 뒤 1913년6월 아들 이준형에게 독립자금을 대기 위해 임청각을 일본인 오카마 후사지로에게 당시 돈으로 2000원에 매매했다.
일제에게 독립운동 성지나 다름없는 임청각은 눈엣가시였다. 경축사에서 밝힌대로 일제는 "불령선인(不逞鮮人·불온하고 불량한 조선 사람이라는 뜻)이 다수 출생한 집"이라며 임청각의 정기를 끊기 위해 마당 한가운데로 중앙선 철길을 내고 행랑채와 부속건물 등 50여 칸을 철거했다. 석주 선생이 서간도에서 독립단체 통합노력에 주력하다가 1932년 유명을 달리하자 가문도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석주 선생의 손부 허은(1907∼1997)여사 슬하 7남매 중 장남은 일본강점기 경찰에 끌려가 고문 후유증으로 숨졌고 둘째와 셋째, 넷째는 실종되거나 사고로 숨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임청각을 방문, 안동이나 유교라고 하면 보수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안동지역에서는 독립운동이 활발했다면서, 혁신 유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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